왜 디자이너들은 커피에 빠졌나? (더치랩, 인테리어에서 시작… 커피 상품까지 개발)

‘더치랩’은 디자이너 넷이 ‘뭔가 해보자’ 하고 모여 시작된 집단이다. 더치랩, 디자인방위대, 모지스튜디오… 일에 따라 이름도 바뀐다. 건축과 시각디자인, 제품디자인 등을 전공한 디자이너들로 구성됐는데 따로 직함이 없다. 1~4번 번호 뿐이다. 이들이 커피 기구와 더치커피를 만들었다. 이유가 궁금해졌다.

각자의 장점 살릴 공통분모는 커피

더치랩은 간단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각자의 장점을 살려 함께할 프로젝트가 뭐가 있을까?’

‘카페를 해 보자.’ 카페는 공간을 만들고 커피를 내리고 제품을 만드는 등 디자이너 넷의 업무가 어우러질 수 있는 공통 프로젝트였다.

이렇게 시작돼 더치랩은 카페 인테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2012년 울산에서 ‘카페 무이(Mooi)’라는 카페 개업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도맡아 했는데 메뉴 추천 과정에서 ‘더치커피’를 접하게 됐다. 신동건 더치랩 디자이너는 당시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는 독특한 아이템이라서 더치커피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힌다.

“카페 사장님께서 전에 노래방을 하셨어요. 전문적인 드립커피 등을 만들기엔 어려움이 있었죠. 별다른 기술 없이 만들 수 있고, 이 당시엔 서울에도 더치커피는 생소한 아이템이었거든요. 독특한데다 오랜 시간 천천히 우려 ‘공들여 만든’ 이미지까지 줄 수 있어 적극적으로 추천을 하게 됐죠.”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창업에 필요한 카페 인테리어부터 커피까지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컨설팅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더치랩은 곽재웅 바리스타를 만나 전문성을 더욱 높였다.

디자이너가 커피를 알고 시스템이 달라졌다

더치랩은 커피를 만들며 위생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신동건 디자이너는 “기본적으로 음식은 눈으로 볼 수 있어야 안심이 되는데 ‘기구를 직접 만들면 안전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는 안전성과 인테리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다.

커피 기구를 만들며 더치랩과 바리스타와의 협업은 더욱 빛을 발했다. 더치커피 기구는 유리로 만드는 부분과 프레임으로 나뉜다. 유리 부분은 흔히 일반 유리로 만드는 것과 달리 단가가 조금 더 높아도 내열 강화 유리로 제작했다. 사용 중 삶아서 살균‧세척할 때 용이하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물방울의 강약도 전문적 지식이 필요했던 영역. 이렇게 바리스타가 가진 실질적인 관련 지식으로 제품이 더욱 보완됐다.

또 흔히 목재로 만들어지는 프레임 부분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 심미성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었다. 건축을 전공한 디자이너가 만든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여섯 조각의 더치커피 프레임과 바리스타의 지식이 만나 독창적인 더치커피 기구를 만들어냈다.

또 더치커피 기구에서 나온 커피를 직접 판매하는 창구도 만들었다. 서울 합정동에 있는 ‘카페웅’이다. 카페웅에서는 직접 내린 더치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500㎖~1ℓ의 대용량 더치커피를 판매하다가 소용량의 팩 더치커피를 메인 상품으로 개발했다.

팩 더치커피는 100㎖로 한두 번 정도 마실 수 있는 양으로 부담이 없고 플라스틱 병의 세균 발생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이 장점이다.

커피를 통한 소통을 꿈꾼다

“아직 그렇게 많은 걸 생각하고 있진 않아요.”

신 디자이너는 큰 유통체계로의 편입이나 많은 돈을 벌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말을 덧붙인다. 하지만 지속적인 제품 개선이나 상품 개발은 꾸준히 진행 중이다. 스테인리스 스틸의 프레임을 곧 알루미늄으로 바꿔 단가를 낮추고 무게를 1/6으로 줄여 새롭게 만들 계획이다. 커피를 통해 아름다움과 따뜻함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더치랩 디자이너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Source : The Buyer